국민연금 18년 만의 변화,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남았나

2025년 3월, 대한민국 국회는 오랜 기간 논의되어 온 국민연금 개혁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여야는 3월 20일 개혁안에 최종 합의했고, 다음 날인 3월 21일 본회의 표결을 통해 이를 처리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기존 40%에서 43%로 조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현재 예상되는 2056년에서 2071년까지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개혁안은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루어진 연금제도 개편이라는 점에서 제도사적 의미가 적지 않다.

(이미지=국민연금공단, 제작=Eddy&Vortex)

그러나 법안 통과 직후부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이번 개혁이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을 수는 있지만, 기성세대의 수급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청년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일부 청년층은 ‘더 내고 덜 받는 구조’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연금제도가 노후 보장을 위한 공적 장치라기보다는, 갈수록 무거워지는 부담으로만 인식되는 분위기다.

정치권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국회 통과 직후 이번 개혁이 구조적 논의 없이 보험료율 인상만으로 마무리된 졸속 합의라고 주장했다. 이어 3월 30일에는 국민연금 제도를 ‘폰지사기’에 비유하며, 미래 세대의 기여로 현재 세대의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정의롭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극적인 표현이 사용되긴 했지만, 그 이면에는 제도의 형평성과 세대 간 신뢰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미지=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SNS)

국민들의 감정은 단순한 반발을 넘어서 ‘누적된 피로감’에 가까워 보인다. 매번 정치권이 개혁을 말할 때마다 반복되는 ‘기금 고갈’이라는 공포, 그리고 그에 뒤따르는 ‘보험료 인상’은 이미 익숙한 서사다. 그러나 정작 이 제도가 과연 자신에게 돌아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이 없다. 연금제도는 여전히 강제적이지만, 그 효능은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다는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개혁 과정에서 정치권의 소통 부족도 아쉬움을 더했다. 여야가 비교적 빠르게 합의하고 법안을 처리했지만, 국민과의 충분한 대화나 공론화 과정은 미비했다는 지적이 많다. 연금처럼 장기적 신뢰가 핵심인 제도 개편은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돼야만 실질적인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도의 설계는 법으로 바꿀 수 있지만, 제도에 대한 신뢰는 시간이 쌓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개혁이 단순한 숫자 조정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편에 다가섰는가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만으로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는 한국 사회에서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금 운용의 투명성, 사각지대 해소, 사적 연금과의 연계 등 다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이번 개혁에는 그러한 논의가 충분히 담기지 못했다.

2025년 3월 31일 현재, 국민연금 개혁은 입법 절차상으로는 마무리됐지만, 사회적 논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세대 간 신뢰 회복과 제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와 국민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 연금은 단순한 복지 제도가 아니라, 세대 간 연대와 공존이라는 사회적 약속에 기반한 시스템이다. 제도를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제도를 국민이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연금 개혁은 숫자 조정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사회 전체가 함께 신중하게 고민하고, 다시 설계해나가야 할 문제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