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민족의 소원 통일이 사라진다.

최근 한국 사회는 다문화 가정의 증가로 인해 새로운 사회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국제결혼과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등으로 다문화 가정이 점차 늘어나면서 한국 사회는 단일민족 중심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17.2% 증가한 20,431건을 기록했으며,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12,150명으로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 가정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사회가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사회로 발전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하지만, 동시에 통일 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Image = Eddy & Vortex)

한국 사회에서 오랜 시간 통일의 당위성은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에서 비롯됐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도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이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논리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한국 사회 내에서 민족 중심의 정체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단일민족이라는 개념보다는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환경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민족적 동질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들에게 북한과의 통일은 필수적으로 달성해야 할 민족적 대업으로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다문화 가정 인구 확대가 한국 사회의 통일 의지와 당위성 약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다문화 가정의 증가가 통일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은 남북 통합 과정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2018년 성결대 다문화평화 연구소 연구 발표에 따르면, 다문화 수용성이 통일 의식에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수용하고,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온 경험은 북한 주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더라도 서로를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다문화 사회의 경험은 통일 이후 사회 통합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통일 이후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한국은 통일로 가는 과정에 있고 이조차 확실하지 않다. 통일에 대한 의지와 당위성 자체가 위기인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은 다문화 가정의 확대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통일 인식 제고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이 통일의 필요성과 그 의미를 이해하고, 남북 통합 과정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다문화 사회에서도 통일 의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확산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2024년 통일의식 조사에 따르면, 20대 세대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2.4%에 불과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47.4%에 달한다. 이는 한국의 미래 세대가 통일을 더 이상 필수적인 과제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민족적 대업은 크게 소구되지 못하고 있다는 실정을 투영한다.

따라서, 한국이 통일에 대한 목표와 방향성을 변경할 것이 아니라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통일 의지를 지속적으로 고취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통일을 더욱 멀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남북 통합을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

한민족의 소원 통일이 아니라, 한국인의 소원 통일이 될 수 있도록 한국은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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