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은행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방안으로 수도권 집중 완화와 주택 가격 안정을 제안했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0.78명으로 심각한 저출산 위기에 처해 있으며, 주요 원인으로 수도권의 높은 경쟁과 주거 불안이 출산율 하락이 지목됐다.

한국은행은 수도권 인구 집중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출 경우 출산율이 1.194명으로 증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수도권 인구의 표심을 잡기 위해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2023년 촉발된 김포시 서울 편입 논의가 대표적이다. 경기도의 남북도 분할 추진에 따른 행정 구역 개편 논의에서 지리적으로 어정쩡한 김포시가 제 3옵션인 서울시 편입의 메시지를 내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최근엔 국민의힘에서 김포시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섰고 서울 동쪽에 위치한 구리시도 서울시 편입에 따른 타당성 연구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며 서울 위성도시의 메가서울 만들기는 계속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김포시 및 구리시 등 지자체는 서울시 편입으로 인한 경쟁력 강화와 교통 및 인프라 발전을 이유로 서울시 편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살펴보면 서울 프리미엄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의 기대가 찬성의 가장 주된 이유다. 서울시 편입으로 인한 정책적 투자와 인프라 발전은 장기적 기대 이익이고 부동산 이익은 매우 가까운 이익이기 때문이다. 즉, 가까운 이익과 자본의 증대를 이유로 정치인과 일부 주민들은 메가 서울을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은 계속 인구가 몰리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지방은 인구 유출로 부동산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며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별 전체 청약경쟁률에서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18.67대 1을 기록한 반면 지방은 6.46대 1로 약 3배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또,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2024년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6만5056가구 중 81.3%에 해당하는 5만652가구가 지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서는 계속해서 사람과 주택 가격이 빠지고 그만큼 서울은 계속해서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으로, 지방의 소멸과 서울의 과밀을 이끄는 메가 서울 정책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주택 가격 상승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국토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1% 상승할 때 출산율이 0.0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자가 거주자보다 전세나 월세 거주자의 결혼·출산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전세 거주자의 첫째 출산 가능성은 자가 거주자 대비 28.9% 포인트, 월세 거주자는 55.7% 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는 주거 안정이 결혼과 출산 결정에 중요한 요소임을 입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장기적인 국가 발전보다는 단기적인 선거 전략, 표심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면 주택 가격 상승과 경쟁 심화로 인해 출산율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치권이 진정으로 대한민국과 미래 세대를 위한다면, 다음과 같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첫째,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 기업 및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가속화하고,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주거 안정 정책을 통해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거주자를 위한 주택 공급을 늘리고,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신혼부부를 위한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출산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일자리 안정성을 높이고, 보육 및 교육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2025년 정치권이 단기적인 표심을 잡기 위한 행정구역 개편과 부동산 정책에 집중하는 한,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장기적인 정책이 정말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