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 시장은 혁신 기업들의 중심지다. 1971년 전자거래 시장으로 출발한 나스닥은 현재 세계 최대 기술주 중심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기준 나스닥 종합지수는 16,000선을 돌파하며, 2020년 대비 약 90% 상승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AI, 반도체, 클라우드 기술을 중심으로 한 혁신 기업들의 급성장 덕분이다.
엔비디아, 애플,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 나스닥을 통해 성장했고, AI, 반도체, 바이오테크 같은 산업이 이곳에서 자본을 조달하며 글로벌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나스닥의 가장 큰 특징은 혁신 기업들이 상장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유연한 상장 제도 덕분에, 나스닥은 스타트업과 기술 중심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이 되었다. 기업들은 나스닥을 통해 초기 단계에서도 비교적 쉽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으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나스닥의 성공은 단순히 증권 시장의 발전을 넘어, 혁신 산업 생태계의 형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글로벌 자본이 선호하는 시장, 우리는 어디에 있나
전 세계적으로 기술 기반의 신생 기업들이 증권 시장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자국 증시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자본의 유입을 이끌어 냈고, 닛케이 지수는 2024년 2월 기준으로 39,000선을 돌파하며 30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 역시 비슷한 성장세를 보이며,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테크 산업 성장에 힘입어 2024년 2월 기준으로 16,000선을 넘어섰다. 이는 2020년 팬데믹 초기의 8,000선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여전히 기술 기업 중심의 성장을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일본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글로벌 자본이 다시 일본 증시로 유입된 결과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증시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현재 코스피 지수는 2,500포인트 안팎에서 정체되고 있으며, 혁신 기업들이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엄격한 상장 요건과 까다로운 심사 기준이 기업들에게는 큰 장벽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많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쿠팡이 있다.
쿠팡은 국내에서 상장하는 대신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해 약 46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당시 한국 증시는 상장 조건이 까다로웠고, 성장 기업들이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쿠팡은 미국에서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빠른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NYSE 상장을 택했다. 상장 당시 쿠팡은 46조 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아마존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는 한국 시장이 혁신 기업들에게 충분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쿠팡 외에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 증시를 선택하는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AI 및 테크 기반의 여러 스타트업이 홍콩, 나스닥 등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증시가 성장형 기업을 수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시사한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증시를 선택하는 주요 이유로는 자금 조달의 용이성, 유연한 규제,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이 꼽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증시는 신성장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시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기존 시장의 확장이 아니라, 혁신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별도의 전용 시장이 필요하다.

신성장 기업을 위한 새로운 시장
한국판 나스닥을 도입하는 것은 단순한 제도적 변화가 아니라, 국내 혁신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AI,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테크 같은 첨단 산업 기업들이 국내에서 성장하고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상장 제도가 필수적이다. 또한, 신성장 기업들이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자본 조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 새로운 시장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 우선, 신성장 기업들이 보다 쉽게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요건을 완화하고 심사 기준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 현재 한국 증시는 코스닥조차도 지나치게 엄격한 상장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기업들의 해외 이탈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상장 문턱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여 시장의 신뢰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정 기간 내부 감사 강화, 경영 투명성 확보 등의 조치를 병행함으로써,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신성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 역시 상장 요건을 완화하면서도 투자자 보호 정책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증시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또한, 한국판 나스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개방적인 시장이 되어야 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국인 투자 친화적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나아가 해외 기업들도 한국판 나스닥에서 상장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구조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성장 시장,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현재 한국 증시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점점 더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국내 혁신 기업들은 상장을 위해 미국과 홍콩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판 나스닥을 도입하고 이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시장으로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변화하지 않으면 정체될 것이고, 혁신한다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한국판 나스닥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이제는 논의만이 아니라 실행에 나설 때다.